-‘기자’냐, 귀태(鬼胎)냐-
귀태(鬼胎)의 눈물을 아시나요
이기명 팩트TV논설고문
명함을 내민다. 기자라고 적혀 있다. 회사 보고 도로 줬다. 돌아가라고 했다.
‘취재 거부하는 겁니까’
‘말하고 싶지 않으니 가라.’
‘이건 언론탄압입니다’
주먹이 먼저 대답을 했다. 얼굴을 감싼다. 놀라 잠이 깼다. 꿈이지만 아무리 못 된 기자라도 손찌검을 했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다. 꿈에서도 내 의식속에 기자는 특별취급 대상이 된 것이다. 꿈이라서 안도의 숨을 내 쉬었다. 생시에도 기사를 읽으며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주먹을 쥐었던 기자다.
칼럼을 보고 제목도 참 더럽게 달았다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꿈에서나마 저질기자를 응징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겠느냐고 할 독자도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기자들은 펄펄 뛸 것이다. 꿈에라도 감히 기자에게 폭행이라니, 폭행죄로 고소해야 된다는 기자가 있을지 모른다. 좌우간 꿈에서나마 속 좀 풀었다. 특히 그 기자가 노무현이 NLL 대화기록을 폐기하도록 지시했다는 출처날조의 추측기사를 사실인 듯 남발하는 노란신문에 기자라 더욱 시원했다.
지금 기자들 자신이 잘 알 것이다. 자신들이 사람대접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조중동을 비롯한 공중파와 종편 기자들은 취재현장에서 당하는 수모와 심지어 개 취급을 받으면서도 화도 못 낸다는 사실에 더욱 참담할 것이다.
자신의 회사이름도 못 대고 남의 언론사 기자라고 거짓말을 하는 서글픈 심정을 왜 모르랴. 자기가 쓴 기사를 보지 않고 자신이 리포트 한 방송을 보지 않는다. 왜일까. 대답하지 않아도 잘 안다. 읽고 보기에 차마 양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KBS기자가 공개적으로 말했다. KBS기사 왜 보느냐고.
그러나, 그러나 정말 상종 못할 기자라는 인간도 있다. 저런 인간이 기자라는 이름으로 행세하기에 도매금으로 욕을 먹는 기자들이 가엾다. 그래서 어느 기자는 취재원에게 자기는 조중동이 아니라고 너스레를 떤다. 공직자들이 취재하고 나간 기자를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는 것을 들었다. 물론 내 앞이니까 맘 놓고 욕을 하는 것이다. 어찌 그 공직자 하나뿐이랴.
혹시 앞에서 굽실대니까 지가 잘나서 그런 줄 아는 기자들이 있다면 꿈 깨야 한다. 그들은 속으로 웃고 있다. 사람 취급도 안한다. 똥은 건드릴수록 냄새가 더 나니까 아예 상대를 안 하는 것이다.
왜 이지경이 됐을까. 물어보는 사람이 바보가 된다. 불의한 권력이 불의한 힘으로 정권을 잡았을 때 제일 먼저 이용할 대상은 바로 언론이다. 기자다. 자유당 정권을 시작으로 박정희 독재, 전두환 독재, 그 때 불의한 권력을 비호하고 국민에게 호도한 세력이 바로 언론이고 기자다.
그런 소리를 들으며 속이 부글거리는 언론인이 있다. 불의와 독재에 항거한 언론인 들이다. 동아일보에서 언론자유 투쟁을 하다가 개처럼 끌려 나와 길가에 내동이 쳐 진 동이투위 기자들과 조선투위 기자들. 그리고 KBS, MBC에서 언론민주화 투쟁을 하다가 파면되고 해직된 언론인들, 구속되어 봉고차를 타던 손석희가 기억에 선명하다. 고발뉴스에 이상호를 기억한다. 최승호김용진 노종면을 기억한다. 이들은 국민들도 기억한다. 또한 개라고 하는 기자들도 기억한다.
### 충견들의 말로는 어떤가
전두환을 미화한 ‘황강에서 북악까지’라는 책이 있다. 천금성이라는 작가가 쓴 것이다. 이명박을 미화하고 홍준표를 주인공으로 드라마를 쓴 방송작가도 있다. 이승만이 단군이래 최고의 지도자라고 하던 윤치영은 박정희를 칭송하기에 입에 침이 말랐다. 그것을 기사라고 떠벌린 기자들이 수두룩하다. 기자들의 변신이 비단 한국뿐이랴. 많이 인용되는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르 몽드’라면 모르는 지식인이 없다. 다음 글을 읽어보라. 세계 언론사에 길이 남을 명 기사 제목은 프랑스의 ‘르 몽드’지가 기록하고 있다. 실시간 보도한 헤드라인이다.
“악당 엘바 섬 탈출하다”
“나폴레옹 시실리 상륙하다”
“나폴레옹 장군 파리근교 도착”
'황제폐하. 조국 프랑스로 돌아오시다'
“황제페하. 파리입성하시다
언론의 추악하고 비겁한 진면목을 보여준 이 같은 헤드라인은 한국의 신문에도 얼마든지 볼 수가 있다. 한 때 가장 영향력이 있다고 소문나 있던 조선일보의 김대중 주필이 광주 5.18 민주항쟁 때 쓴 기사를 잊지 못한다.
‘저기 철조망 넘어 복면을 한 폭도가 소총을 들고 서성거리고 있다.’
그가 폭도라고 매도한 시민들은 총 맞아 죽고 지금 망월동 국립묘지에 묻혀 있다. 김대중이 매도한 자신에 기사에 대해서 사과를 했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 조중동을 비롯한 공중파들이 긁어대고 떠들어 대는 불의에 대한 찬양과 왜곡과 왜곡은 일일이 거론할 수도 없다. 가장 잘 아는 것은 바로 그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시민이 언론사에 불을 지르는 것은 최악이다. 제대로 된 정상적인 세상에서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러나 오죽하면 시민이 언론사에 불을 지르랴. 지금도 서울신문이 불타는 현장에 있던 서울신문 선배 기자의 말이 생각난다. 그는 불을 끌 생각도 못하고 그냥 눈물만 흘렸다고 했다. 죄 값을 받는다고 탄식만 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집회현장에서 추방당하는 조중동 기자들을 비롯해서 공중파와 종편들의 기자들은 공부 많이 한 머리로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정말 저희들도 죽기보다 싫습니다. 하지만 어쩝니까. 중고등학교 다니는 자식들을 생각하면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그저 욕을 먹으며 두 눈 꽉 감고 삽니다.”
### 기자의 양심을 조금만 남겨라
솔직히 조중동과 공중파와 종편 기자들의 이름을 모른다. 어쩌다 트윗에 올라오는 이름이 있다. 요새 ‘노무현이 기록물을 파기했을지도 모른다’는 구름같은 소설을 쓴 천영식 기자가 있다. 문화일보 기자다. 저렇게 망가진 줄은 몰랐다. 내가 알던 천영식이 아니다.
‘어차피 태어난 인생인데 적당히 살면서 고생 안하고 호강하고 살면 그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간도 있고 기왕에 어렵게 태어난 인생이니 사람노릇 제대로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모두 자신이 생각할 나름이다. 그러나 기자는 달라야 한다고 믿는다. 자신이 쓰는 한 줄의 기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가. 그들이 미화하는 부패한 권력과 반민주세력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시민들이 기자들의 못된 인식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 취재거부 운동이다. 구독거부 운동이다. 조선일보 판촉사원이 아파트를 방문해 3만원을 주면서 6개월 공짜로 신문 보라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서 100여 만 원 보상금 받아 언론운동 단체에 기부했다.
트윗으로 실명 거론을 하며 왜곡보도한 기자 욕을 해야 한다. 기자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것이 실명거론 비판이라고 고백했다. 욕먹을 짓 했으면 욕먹어야 한다. 인간 만드는 교육받는다고 생각하고 고맙게 여겨야 한다.
MBC 2580의 불방을 지시했다는 심 모 라는 자도 당연히 욕을 먹어야 한다. 보도국장이라는 김 모도 마찬가지다. 욕을 안 하면 더욱 못 되어지는 게 못난 인간들의 속성이다. 세상 바뀌면 두고 보자는 거 아무 소용없다. 지금 바로잡아야 한다. MBC노조위원장 출신의 김종국 사장을 보라. 아는 인간이 더욱 무섭다.
한겨레 논설위원이 거칠어지는 자신의 글을 한탄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날이 갈수록 글이 사나워지고 거칠어진다. 억제할 방법이 없다. 주말에 얼마나 많은 시민이 서울광장에서 촛불을 들 것인가. 취재하는 기자들은 무엇을 쓸 것인가.
한 줄 쓰지 않아도 좋다. 이미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너희들은 기자냐. 鬼胎냐.” 이 얼마나 치욕인가. 그러나 나도 귀태의 눈물을 안다.
이기명 팩트TV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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